세계인의 축제, 뚜르드프랑스
“나는 100살쯤 되었을 때, 등에는 미국 국기를 달고 헬멧에는 텍사스의 별을 붙인 채 사이클로 알프스 산맥 내리막길을 시속 75마일(약 120km)로 달려 내려가, 아내와 열 명쯤 되는 내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한 다음, 그 유명한 프랑스의 해바라기 밭에 누워 우아하게 숨을 거두고 싶었다.” 고환암 3기에 뇌와 폐까지 전이된 암을 이기고 뚜르드프랑스 통산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암스트롱의 자서전이랄 수 있는 「이것은 자전거가 아닙니다(It’s not about the bike, 2000년)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스포츠중계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과 잦은 빗속에서 해발 2천m 이상의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넘어 프랑스를 한 바퀴 도는 ‘지옥의 레이스’, ‘인간 한계의 시험장’ 이라는 뚜르드프랑스, 총 거리만 3,870km이다. 1903년 제1회 대회를 창설하여 2003년에는 90회 대회를 치렀다. 프랑스 전역을 23일 동안 질주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사이클대회로 난코스로 악명이 높다. 또 운영비만 2억 프랑(약 4백20억원)에 달해 규모면에서도 국제적인 대회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개 파리를 기준으로 서쪽의 한 도시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프랑스를 일주한 뒤 파리로 입성하는 코스다. 해마다 거리가 다른데 대략 4,000 km로 1개의 Prologue race(시작순서를 가리기 위한 별도의 time race)에 20~21개의 구간으로 이뤄진다.
뚜르드프랑스는 신이 물려준 푸른 초원과 황토빛 옥토를 가진 비옥한 땅인 프랑스의 가치를 보여 주는 프랑스 국민 축제이다. 이러한 국민축제에 참가하는 나라는 프랑스만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 미국, 스페인, 카자흐스탄, 호주,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축제이다.
뚜르드프랑스는 상업화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사이클이라는 스포츠와 돈, 미디어와의 삼각관계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이벤트이다. 뚜르드프랑스를 통해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스포츠에 대해 순수하게 어떤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점(利點)을 찾고 있다. 뚜르드프랑스를 통해 기업 또는 스포츠단체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점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윤을 찾는 상호 공생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TV, 라디오, 잡지, 신문 등의 미디어와 스포츠 간의 관계에서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관람을 제공하고 스포츠의 발달과 인구의 저변확대를 도모해주는 동시에 막대한 광고료 등의 수입을 올리며 스포츠 자신도 재정적인 중요한 원천을 미디어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국영 방송인 FRANCE 2의 생중계는 90회 대회 시작 첫 주에 39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 해 전인 2002년의 310만에 비해 6% 증가한 것으로 평균 47.40%의 시청자가 이 대회를 지켜본 것이다. 뚜르드프랑스에서 힘든 코스라 할 수 있는 알프스 산맥을 넘는 구간의 시청률은 5백만이 넘었다. 다음 날 알프스 지방을 넘었을 때는 660만 시청자가 숨죽이며 대회를 지켜보았다. 여기에 유로스포츠 채널은 2003년 100주년 뚜르드프랑스 중계로 많은 이익을 얻었다. 유로스포츠 채널의 프랑스 내에서의 시청률은 집계되지 않았다. 케이블이나 위성 채널은 1년에 두 번만 시청률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의 경우 2002년보다 2배나 증가한 150만의 시청자가 시청했다고 한다. 자전거 관련 잡지는 1백만 명 이상의 독자가 구입했다.
스포츠에서의 상업화는 매우 중요하다. 공공복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때로는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스포츠의 상업화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오늘날에는 돈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 스포츠의 상업화란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의 올림피즘을 고려한다면 스포츠의 순수성, 공공성 등의 문화적 가치를 지향하는 아마추어리즘에 이윤추구적이며 경제적인 행동양식이 침투하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는 상업주의가 인간 공동의 가치와 인간적인 내용을 왜곡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업화와 아마추어리즘은 서로 다른 별개의 행동양식으로 스포츠에서 자본의 참여 논리와 이윤추구적 행동은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나 근대올림픽의 탄생에서부터 행해져 왔다. 상업화에 대해 스포츠윤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와 돈의 관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고 운동을 위해서도, 관람을 위해서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게 되었다. 다만 무분별한 상업주의가 대회에 참여하는 운동선수와 관람자의 입지를 매우 좁게 할 다른 위험 요소는 있다. 오늘날 스포츠의 상업화란 스포츠선수 또는 스포츠단체와 스포츠대회를 이용한 기업 간의 협력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뚜르드프랑스는 사이클 산업과 함께 ‘오토잡지’의 촉진을 위해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치밀하게 상업화되었다. 때문에 뚜르드 프랑스의 역사는 미디어의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런 미디어화가 성공하기까지에는 프랑스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투르드프랑스가 열리면 프랑스 전역의 중앙정부, 지방, 마을, 읍, 면, 동 등이 크고 작은 축제를 준비한다. 우리나라의 경기도와 비슷한 프랑스의 일드프랑스주(州)와에손느도)와 몽즈롱시(市)는 투어 동안 뚜르드프랑스의 ‘문화적, 예술적, 역사적 가치’ 전시회를 개최한다. 내용이 무척 다양하고 알차다. 뚜르드프랑스의 문학에서 역사, 바퀴의 발명과 사이클, 인간의 노력과 모험, 당시의 포스터와 현재의 광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의식을 보여 주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 모두가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특히 올해에는 뚜르드프랑스 100주년을 기념하여 1903~2003년 동안 이 사이클 투어 기간에 일어난 경제, 정치, 사회, 과학적인 사건도 함께 조명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100주년을 빛내기 위해 국립예술문화센터에서는 7월에 매주 화요일 저녁 자전거 관련 다양한 분야의 풍성한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주제는 자전거의 새로운 재질, 선수 유니폼의 새로운 섬유, 건강, 역학, 환경, 도시화, 사회역사, 기술의 역사, 상업화, 정책방향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컨퍼런스에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무료 참석이 허락되었으며 컨퍼런스와 함께 과거의 자전거 시대와 현재를 함께 조망한 ‘모든 형태의 자전거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국립예술문화센터가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리옹 마르세이유 등 13개 도시를 돌며 한달 동안 진행되었다. 뚜르드프랑스가 프랑스 축제는 물론 전 유럽, 전 세계의 축제가 되는 이유를 엿볼 수가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알프스, 피레네, 마시프 상트랄 등 험난한 산맥을 넘을 때마다 마을에서는 마을 단위로 포도주, 민속춤 등 다양한 축제이벤트가 열린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사이클 여정을 따라 가며 관광하는 외국 관광객들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의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뚜르드프랑스를 통한 관광서비스 측면과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다. 투어 대회 동안 프랑스의 전통 마을 관광, 알프스, 피레네 등 산악관광, 니스해변 등의 해안관광 등 테마형 관광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나라의 국내 대회가 세계적 스포츠이벤트로 자리 잡은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현재 뚜르드프랑스의 첫 출발지로 영국 런던이 2006년 또는 2007년 대회에 정식으로 요청하였고 로테르담(네덜란드), 허닝(덴마크), 루자노(스위스)등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프랑스는 대회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대략 3년마다 외국에서 일정구간을 달리는 레이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린(1998)이나 룩셈부르크(2002)가 그 예이며 2004년에는 벨기에의 리에즈가 선정됐다.
원래 뚜르드프랑스는 1903년에 시작되어 프랑스의 비옥한 땅과 수려한 경관을 프랑스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고 이를 통해 국민적 자긍심을 키우고자 만든 대회이다. 때문에 뚜르드프랑스만큼 프랑스 국민의 자부심을 한 곳에 모으는 스포츠도 없다고 한다. 여기에 상업적인 미디어와 결합하여 프랑스인의 축제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열정을 개발한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참조 : 지역에서의 스포츠이벤트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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