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정착했다면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추억으로만 남게 된 창원 F3 자동차 경주대회에 대해 알아본다,
굉음을 내며 도시 한복판을 질주하는 자동차의 굉음소리.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경남 창원시에서 개최한 바 있는 F3 자동차 경주대회의 현장음이다. F3 창원대회의 경남 유치는 자동차 경주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값진 쾌거다. 이 대회의 유치를 위해 말레이시아, 싱가폴,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국제자동차연맹(FIA)에 오래 전부터 로비를 해왔다. 국내에서도 서울과 제주도에서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세계자동차협회(FILA)와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는 결국 한국 경남 창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남 역시 오래 전부터 이 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데다 무엇보다 기계 산업의 총아인 자동차산업이 잘 발달해 있고 모터스포츠의 성장 잠재력이 어느 도시보다 컸기 때문이다.
창원시의 F3는 마카오 대회를 마친 전 선수 및 스텝, 언론이 창원으로 이동하여 그해 최종 세계챔피언을 가리는 월드챔피언십(World Championship) 결정전이다. 창원시는 F3를 통해 이미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우려했던 경기장 주변 주민 반발은 없었고 순수관광객 수는 해가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였다. 입장객도 1999년 2만여명에서 2001년에는 9만 명 이상으로 4배 이상 크게 증가하였다. 여기에 내외신 기자 500여 명의 열띤 취재열기와 함께 경주 장면을 140개국, 10억 인구가 시청을 하여 경남은 대외인지도를 5%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FIA(국제자동차연맹)로부터 받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인지도 1% 상승에 300억원의 홍보비가 소요됨을 감안할 때 인지도 5% 상승은 곧 1,500억원의 홍보 효과에 맞먹는 것이다. 유치 4년째를 맞이한 경남은 2002년 대회를 흑자로 이끈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특히 2002년 대회에서는 대우건설, 금호, BAT코리아, 삼성건설, 현대정유 등 20여개 후원사가 참여한 데다 정부 지원금까지 받아 30억 원 정도의 현금 및 현물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창원시는 이같은 표면적 수입 외에도 국제적으로 1%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산되는 브랜드 인지도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적 스포츠이벤트는 각국의 언론을 통해서 널리 전파되기 때문에 주최국의 이미지 및 국위 향상이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긍정적인 판매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회를 관람하기 위하여 국내외 관광객이 대거 경남을 찾음으로써 대형 호텔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 시설에 대한 자연스러운 투자가 이루어지고, 경남이 자랑하는 남해안 청정해역과 해인사, 통도사 등 세계적인 불교문화유산 등을 패키지로 연결, 앞서가는 선진 관광 경남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였다. 창원과 똑같은 대회를 치르는 마카오의 경우 F3 대회로 13만 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아 관광수입만도 수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경남 창원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유치되면 대회 직접수입 이외에 몇 가지 중요한 잠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단기적 측면의 경제적 효과이다. 즉, 대회로 인하여 투자하는 공공부문 사업이 지역의 다른 계획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미지 효과이다. 이는 중단기적 효과로 볼 수 있는데 대회에서 보인 허와 실에 따라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빨리 주민들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창원시는 정기적인 서킷이 매년 열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 번째는 장기적인 측면의 사회정치적인 효과이다. 대회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다. 즉, 대회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개최도시에 대한 순수한 책임감,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며 지속적인 개발의 비전을 갖게 해준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이벤트를 지역 발전의 역량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남은 F3를 발판으로 자동차 경주의 꽃이며 세계 빅3 스포츠이벤트라는 F1 유치에 도전장을 던졌다. 경남은 2007년 F1 한국그랑프리 개최를 목표로 부산 진해 신항만 매립지인 진해시 웅동일대 40만평 부지에 길이 5km급 국제규모 레이싱 서킷을 짓겠다고 밝혔다. 예상 소요자금은 약 2,000억원으로 국가지원과 민자유치로 충당하게 된다. 경남이 F1 개최에 성공할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 유치국이 된다.
F1의 파급효과는 크다. 무엇보다 정기적 서킷이 열린다는 장점이 있다. 월드컵, 올림픽은 1회성 행사이나 F1은 매년 경기를 개최하므로 한번 유치하면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F1 경기장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800억원~1천300억원 선. 상당한 비용이지만 월드컵축구장 하나 짓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2002한일 월드컵대회를 위해 신축한 경기장은 10개. 단순계산으로 10개 축구장에 투자한 비용의 1/10로 매년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열 수 있다. 초기투자비가 높기는 하지만 대회가 매년 열리므로 오래도록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수 있다.
1997년 모나코 F1의 경우 모나코의 지역경제효과는 4억 프랑 이상으로 나타났다. 소비지출의 80% 이상이 외부인이었다. 22만의 관람객이 왔으며 입장료는 평균 2000프랑 이상을 지출했다. 6천여개의 기업들이 2만5천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특히 호텔 투숙률은 100%이었다. 대회 기간동안에는 최소 800개의 임시 일자리가 생겨났다. 물론 대회직접수입도 크다. F1 그랜드스탠드의 입장권은 보통 20~30만원, 1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수백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23만4천500명의 관중이 찾아온 99년 호주 F1의 입장수입은 약 440억원. 더욱이 TV중계권, 대회 휘장권, 상품화 사업권 등 각종 마케팅 권한을 모두 조직위원회가 갖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입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호주 관광청은 1억 달러의 경제유발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몇 년 사이 F1에 관심을 쏟고 있는 나라가 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사우디, 인도, 아랍 등이 F1 개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터스포츠는 우리나라가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선진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이다. F1은 세계적인 공중파를 타고 200여국 이상 방송되며 연간 평균 누적 시청자가 400억 명을 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큰 메가 스포츠이벤트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랑프리를 추진해왔으나 개인이나 일부기업 위주로 진행하여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월드컵이나 F1은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세계자동차협회(FIA)라는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프로스포츠이지만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유발할 사회 · 경제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말레이시아의 경우처럼 F1의 유치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 진행되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