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 난지도의 대중골프장
님비를 핌피로 바꾸는 지혜
공공체육시설이 잘 이루어진 유럽 국가들은 이미 1960년대에 기본적인 시설공급을 마쳤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나라만큼 운동장소로 민간의 상업스포츠시설을 이용해야만 하는 나라도 드물다. 우리나라의 기본 체육시설에는 광역시나 도 단위의 대규모 종합운동장과 시군단위에 1개꼴이 조금 못 되게 공급된 육상경기장과 실내체육관 시설이 있다. 대부분 일반인들은 아파트나 집 주변 야산과 학교운동장, 개천이나 강의 둔치 지구에 설치된 체육시설, 부분적으로 수영장이 딸린 국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체육시설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공공체육시설의 건설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시설 공급률은 시설요구 수준을 따라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체육시설은 부지 확보 문제때문에 정작 도심지의 외곽에 건설되어 시설이용자들의 접근성에 늘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따라서 쓰레기장을 체육시설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시드니의 환경올림픽도 쓰레기 매립장을 적절히 활용하였던 것이다.
쓰레기장의 체육시설로의 활용은 체육시설이 준공공재로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비(NIMBY) 현상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혐오시설에 따라붙는 님비현상을 오히려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으로 바꾸어낸 대안이 될 수 있다. 난지도에 건설된 상암대중골프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쓰레기 매립장의 체육시설 활용 사례로 주목을 끌고 있다.
와카슈 링크스 골프장과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
와카슈 링크스 골프장은 도쿄의 명물 중 하나이다. 메트로폴리탄인 도쿄 시민이 내다버린 쓰레기가 매립되어 산을 이루었던 곳에 92년 골프장이 문을 열어 지금은 골퍼들의 천국이 되었다.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에 복토가 이뤄진 것은 7년이며 지반 안정공사와 안정기를 거쳐서 15년 후 골프장을 개장한 것이다. 이 골프장은 지가가 비싸기로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시 도쿄의 시계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인기가 있다.
와카슈 링크스 골프장은 여전히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배출시키기 위해서 여기저기 폴 대를 박아서 여기가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 여느 골프장에 손색이 없어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골프장의 관리 주체가 공공기관이라 비용 면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님비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도시들이 건설비용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별도의 골프장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비용이 들지 않은 것이므로 공공단체의 지출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쓰레기매립장을 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미국 시카고 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카고의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도 공공단체가 건설비를 투자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스포츠 시설이 되었다. 이 골프장은 1996년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이외에도 쓰레기매립장을 복토해서 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1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레기매립장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오랫 동안 도시행정 당국의 고민거리였다. 사람들이 혐오하는 곳이 공원이 되고 대중들이 즐겨 찾는 스포츠시설로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진적인 개발 사례의 성공으로 가능했다. 쓰레기 산을 오히려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환경운동의 교육장으로 이용한 일본 오사카의 쓰루미공원은 그래서 더 유명하다.
특히 쓰레기장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일단 쓰레기매립장의 속성을 잘 파악한 결과이다. 쓰레기매립장은 지반안정화 공사를 하더라도 여기저기 지반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고 비교적 지역이 광대하며 복토 후 큰 나무를 심을 수 없어 주로 잔디를 이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도시지역의 성장으로 쓰레기매립장은 과거 외곽이었더라도 쓰레기매립장을 폐쇄할 즈음에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입지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쓰레기섬 난지도의 변신
난지도는 서울의 대표적인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하루에 수백 대의 쓰레기차가 들어와서 서울의 생활쓰레기를 내려부어 난지도는 산이 되었다. 늘 악취가 진동하는곳,사람들이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 않은 곳. 대한민국에서 누구라도 바로 이런 모습을 떠올리던 난지도는 쓰레기 산이었다.
쓰레기 매립장으로서 용도가 끝난 이후에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침출수 문제로 사람들에게 환경 공해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소로 기억된 곳이다. 난지도는 그렇게 사람들 기억 속에 있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상암동에 경기장이 건설되고 주변이 정비되면서 사람들은 쓰레기 산 위에 잡목이 우거지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있다는 데 놀랐다.
서울시는 쓰레기 매립장에 공원과 대중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00년의 일이다. 쓰레기 매립장의 메탄가스 제거, 침출수 제거 작업을 지속하면서 사후 활용의 방편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여기에 골프장을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이 추가된 것이다. 서울에도 도쿄의 와카슈 링크스 골프장이나 미국 시카고의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 같은 골프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놀라움을 더했다. 서울시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공원 조성을 위한 녹지사업을 완성했다. 골프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성하고 그 이름은 상암골프장으로 붙여졌다. 쓰레기산 위의 골프장은 노을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의 체육진흥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여 연간 1,680억원(2003년 기준)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지만 동시에 스포츠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던 차에 난지도의 대중골프장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서울시와 골프장 건설사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쓰레기 매립지 중 5만 8,000평 부지에 9홀짜리 대중골프장을 짓게 된 것이다. 골프장 건설비는 129억 원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에 건설비를 투자한 대가로 20~30년 간의 골프장 운영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암대중골프장의 이용료는 저렴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서울의 서민들 중 골프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상암대중골프장은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대중에게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
골프장은 우리 사회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다. 환경운동단체나 시민운동단체가 보는 골프장은 늘 부정적이다. 환경파괴의 주범이며 농약사용으로 주변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단위면적당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적기 때문에 결국 중상류층만이 이를 이용하게 되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논지이다.
그러나 실제로 골프를 이미 배워서 골프의 즐거움을 알게 된 골프애호가들은 자신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좋아하는 운동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골프가 중상류층의 전유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근거로 골프 인구의 증가를 이야기한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국내의 골프정책이 지나치게 규제적이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에게 고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해외원정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었다. 해외 여행시 골프채를 가지고 아예 골프를 치려는 목적으로 동남아지역이나 중국을 찾는 골프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관광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이래저래 골프장 건설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쓰레기 매립장 위에 저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는 골프장은 일석이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골프장이 공공서비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아닌가의 논란이 자주 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골프장을 건설할 정도의 유휴지를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와카슈 링크스골프장과 하버사이드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보았듯이 선진국에서는 대중골프장을 공공재원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에게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참조 : 남해군의 스포츠사업 : 우리가 모른체하면 누가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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